문제를 끝까지 안 읽는 아이: 수학·과학 문제도 결국 문해력입니다

“계산은 다 맞았어요. 그런데 문제가 ‘남은 사과’를 물었는데 아이는 ‘먹은 사과’를 답으로 썼어요.”

초등 수학 시험지를 보면 이런 틀림이 유독 많습니다. 풀이는 맞고 답만 틀린 경우, 문제에 없는 조건을 끌어온 경우, 두 가지를 물었는데 하나만 답한 경우. 부모는 “덜렁댄다”고 하고, 아이에게 “문제를 잘 읽어”라고 말합니다.

그런데 그 말은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. 아이는 읽기 싫어서 안 읽는 게 아니라, 문제를 읽는 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. 이 글은 그 이유와 고치는 방법을 다룹니다.

이 글의 핵심

  • 계산은 맞는데 답이 틀리는 아이는 수학이 아니라 읽기에서 막힌 것입니다.
  • “문제를 잘 읽어라”는 말은 소용없습니다. 아이는 읽기 싫어서가 아니라 읽는 법을 몰라서 못 읽습니다.
  • 문제 읽기는 따로 배워야 하는 기술이고, 집에서 5분이면 가르칠 수 있습니다.

문제는 이야기책과 다르게 읽어야 합니다

이야기책은 앞에서 뒤로 흘러가며 읽으면 됩니다. 그런데 문제는 다릅니다. 문제에는 조건이 있고, 묻는 것이 있고, 둘 사이에 함정이 있습니다. 이야기책 읽듯 쭉 읽으면 조건은 흘러가 버리고 묻는 것은 안 보입니다.

“사과가 12개 있었습니다. 민수가 3개를 먹고, 동생에게 4개를 주었습니다. 남은 사과는 몇 개입니까?”

이 문제를 이야기책처럼 읽은 아이는 “12, 3, 4″라는 숫자와 “먹었다, 주었다”라는 사건만 기억합니다. 그래서 3+4=7이라고 답합니다. 계산은 맞습니다. 그러나 문제가 물은 것은 남은 것입니다. 마지막 문장이 핵심인데, 이야기책 읽기에서는 마지막 문장이 가장 가볍게 지나가는 부분입니다.

① 이야기책 읽기

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을 따라간다. 사건과 숫자가 기억에 남는다. 마지막 문장은 “끝”일 뿐이다.

② 문제 읽기

먼저 “무엇을 묻는가”를 찾는다. 그다음 조건을 하나씩 확인한다. 마지막 문장이 시작점이다.

문제를 끝까지 안 읽는 아이의 세 가지 유형

“문제를 안 읽는다”고 뭉뚱그리기 쉽지만, 실제로는 서로 다른 세 가지 모습이 있습니다. 어느 쪽인지에 따라 고치는 방법이 다릅니다.

유형이런 모습막히는 곳
숫자만 보는 아이문제를 읽자마자 숫자를 뽑아 계산부터 한다. 풀이가 빠르고 틀림도 빠르다.묻는 것을 안 봄
앞부분만 읽는 아이문제 앞 두 줄만 읽고 “아, 이거 그 문제지” 하며 안다고 생각한다. 비슷한 문제를 본 기억으로 푼다.조건을 끝까지 안 봄
읽어도 안 남는 아이끝까지 읽긴 읽는데, 다 읽고 나면 처음 조건을 잊는다. 다시 읽기를 싫어한다.읽으면서 정리를 못 함

세 유형 모두 “덜렁댐”이나 “성격” 문제가 아닙니다. 문제라는 글의 구조를 모르는 것입니다. 구조를 알려 주면 대부분 몇 주 안에 달라집니다.

수학 문제가 어려운 아이는 국어가 약한 아이입니다

초등 고학년 수학은 계산 문제보다 글로 된 문제(서술형·문장제)가 많아집니다. 과학도 마찬가지입니다. 실험 결과를 읽고 “왜”를 쓰는 문제가 늘어납니다. 이때 갑자기 수학·과학 점수가 떨어지는 아이가 많은데, 수학을 못 하게 된 게 아니라 문제를 읽는 문해력이 바닥난 것입니다.

그래서 수학 문제집을 더 푸는 것으로는 잘 안 고쳐집니다. 문제를 읽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합니다. 다행히 이것은 수학이 아니라 읽기라서, 수학을 모르는 부모도 가르칠 수 있습니다.

오늘 바로 해볼 수 있는 것

1. “뭘 물었어?”부터 묻기

아이가 문제를 풀기 전에 “이 문제가 뭘 물었어?”라고 묻습니다. 아이가 “남은 사과”라고 말로 답하게 합니다. 답을 못 하면 마지막 문장에 밑줄을 긋게 합니다. 계산은 그다음입니다. 이 한 가지만 습관이 되어도 틀림이 크게 줄어듭니다.

2. 조건에 동그라미, 묻는 것에 밑줄

문제를 읽으면서 숫자와 조건에는 동그라미, 묻는 것에는 밑줄을 긋게 합니다. 손이 움직이면 눈이 멈춥니다. 처음엔 느려지지만, 2~3주면 빨라집니다.

3. 틀린 문제는 “다시 풀기” 말고 “다시 읽기”

틀린 문제를 다시 풀라고 하면 아이는 계산만 다시 합니다. 대신 “문제를 소리 내어 읽고, 뭘 물었는지 말해 봐”라고 합니다. 대부분 그 자리에서 “아…” 하고 스스로 찾아냅니다. 그 “아…”가 문제 읽기가 배워지는 순간입니다.


정리

  • 계산은 맞는데 답이 틀리는 아이는 수학이 아니라 읽기에서 막힌 것이다.
  • 문제는 이야기책과 다르게 읽어야 한다. 묻는 것을 먼저 찾고, 조건을 하나씩 확인한다.
  • “뭘 물었어?”를 먼저 묻고, 틀린 문제는 다시 풀지 말고 다시 읽게 하자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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